임대차 시장에 던져진 '토지거래허가구역' 폭탄
정부가 발표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중 가장 강력하고 즉각적인 파급력을 보이는 조치는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 확대입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는 주택 매수 시 2년간의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방식)가 원천적으로 차단됩니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집값 과열을 진정시키겠다는 목표이지만, 시장에서는 이 '갭투자 차단'이 곧 '전세 공급 차단'으로 이어져 사상 최악의 전월세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합니다. 기존 전세대출 규제(6·27 대책)로 이미 위축되었던 임대차 시장은 이번 조치로 인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1. 전세 매물 '실종' 가속화: 갭투자 차단 = 전세 공급 위축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핵심은 실거주 의무입니다. 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은 매입 후 전세를 놓지 못하고 최소 2년 이상 직접 거주해야 합니다.
- 갭투자자발(發) 공급 역할 소멸: 그동안 전세 물량의 상당 부분은 갭투자자들이 매입한 주택에서 나왔습니다. 이들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임대 공급자 역할을 하던 매물이 원천적으로 차단됩니다.
- 기존 전세 물량도 잠김: 토허구역 지정 전에 전세를 끼고 집을 샀던 집주인들 역시, 전세 계약 만료 후 해당 주택을 팔기 위해서는 2년 실거주 의무를 충족해야 하므로 매도를 미루거나, 전세 대신 월세 전환을 고민하게 됩니다. 이는 결국 전세 시장의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킵니다.
- 실제 매물 급감 통계: 부동산 정보 업체에 따르면, 이번 대책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 대비 20~30%가량 급감했으며, 특히 강동구, 강북구, 광진구 등 비강남권의 전세 매물 감소 폭이 두드러져 서민·중산층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2. '월세화' 가속: 임차인 주거비 부담 증가
전세 매물은 줄어드는 반면, 매매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은 전세 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어 전세 수요는 여전히 높습니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유지되면서 전셋값 상승 압력은 더욱 강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 높아지는 월세 전환율: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미 전국 주택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60%를 넘어섰으며, 서울의 경우 64%까지 치솟았습니다. KB부동산의 전월세 전환율 역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월세 전환 흐름이 뚜렷합니다.
- 고가 월세 등장: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 부족으로 고가 월세가 등장하는 혼란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단지 아파트에서 전세 매물이 단 1건만 남아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마포구 등 주요 지역에서는 전용 84㎡ 기준 월세가 300만 원에 달하는 거래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 다중 규제의 시너지: 갭투자 제한 외에도 1 주택자의 전세대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등 금융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전세 수요자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져 결국 월세로 밀려나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3. 정부의 진단과 시장의 우려
정부(국토교통부)는 "토허구역 지정으로 인해 실거주를 위해 새로 매입하는 경우 기존 거주 주택이 매물로 전환되므로,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진단에 회의적입니다.
- '초양극화' 우려: 강력한 규제는 실수요자의 이동성마저 차단하여 거래 단절을 초래하며, 대출 의존도가 낮은 현금 자산가 중심으로만 주택 거래가 이루어지는 '초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 서민 주거비 부담 심화: 결국 전세난과 월세 가속화는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급격히 증가시켜 서민층의 고통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큽니다. 이에 정부는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 임차인 부담 완화를 위한 보완책 검토에 나섰습니다.
4. 결론: 규제 일변도 정책의 한계
'10·15 부동산 대책'은 투기 수요 억제라는 단기적인 효과는 거둘 수 있겠으나, 임대차 시장의 공급 메커니즘을 붕괴시켜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실수요자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 최우선으로 위협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억제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전세 및 임대 공급을 늘리고 월세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공급 및 세제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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